남성들이 일에 몰두하는 이유? 가족을 위해서!

배런코언 박사에 따르면, 남성들의 뇌는 규칙이나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체계를 분석, 탐구하거나 구성하려는 체계화 성향이 강해 도구를 만들거나 사용하기, 사냥하기나 추적하기, 거래하기에 능하고, 권력, 사회적 지위, 전문성에 민감하며, 외로움을 견디는 힘과 공격성, 리더십과 같은 능력이 발달해 있다고 한다.

 회사가 전투고 전투가 회사인 영화 회사원(2012) 

이 영화의 코드는 수렵채취시절의 남성의 생존본능이 담겨 있다.

이는 원시시대, 남성은 사냥을 떠나고 여성은 마을에 남아 아이를 돌보거나 주변 들판에서 식물이나 열매를 채집을 하던 특성에서 남녀 간 차이가 발생한다고 하는 진화심리학의 관점과도 유사하다. 어쩌면 그런 남녀 간의 서로 다른 역할이 진화해 오면서 체계화와 공감화라는 특성이 뇌에 새겨진 것이 아닐까?

여성들이 가만히 있는 식물의 열매를 따는 일과 남성들이 제 멋대로 돌아다니는 동물을 사냥하는 일의 특성은 매우 다르다. 사냥은 목표한 동물의 움직임을 집중 관찰하면서 향후 어떤 경로로 움직일지에 대해 미리 예측하고, 그 예측에 따라 다양한 포지션에서 사냥감을 궁지로 몰아넣어 마침내 사로잡는 조직화된 협업 시스템이 필요한 일이다.

남성들이 목표에 집중하며 빠른 결론에 도달하길 원하고, 여성들이 과정을 길게 설명할 때 짜증을 내거나 결론부터 말하라고 다그치는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남성들이 축구와 야구 같은 조직적인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도 원시시대 ‘사냥’을 현대적인 버전으로 바꾸어 수행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냥’ 유전자로 인해 남성들은 목표에 대한 집중력과 몰입, 공감각적인 예측능력, 권력과 복종의 서열관계로 집단을 규율하고 규율당하는 조직에 대한 생래적 적응력 등을 가지게 된다.

또, 이런 능력을 총결집하여 ‘사냥’에 성공하면, 그 사냥한 동물을 전리품으로 마을로 가지고 돌아와 여인과 아이들에게 고기를 나눠주고 함께 먹는 의식을 통해 남성으로서의 사회적 인정과 성역할에 대한 스스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진화적으로 이런 특성이 뇌 속에 그대로 남아있어 현대 남성들도 아침에 해가 뜨면 사냥터 대신 직장으로 출근을 하고, 고기 대신 돈을 벌기 위해 상하 서열구조의 조직에 적응하면서 집중해 일을 하며, 마침내 목표한 월급을 타가지고 와서 가족들에게 안겨준다.

그래서 남성들은 돈을 벌어오는 것(고기를 사냥해 오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며, 돈을 버는 한, 자신은 가장으로서의 가족을 돌보고 지키는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자부하게 되는 것이다.

아내의 절규, 난 당신과 소통하고 싶다!

하지만 여성들은 이런 남성과는 절대적으로 다른 진화적 정체성과 욕구를 가지고 있다. 남자들이 사냥을 떠난 후 마을에 남은 여성들은, 말 못하는 아이들을 요구를 알아차려 보살피고, 채집을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다른 여성들에게 육아의 도움을 받기 위해 공감능력과 사교능력을 발달시키게 된다.

아내들은 남편과 눈을 맞추고 소통하고 싶어한다. 이런 아내의 마음에 공감이 어려운 남편과의 전쟁은

 숙명적인 것일까? 죽을 만큼 사랑해서 죽도록 싸우는 커플의 이야기,  '싸움(2007)'

타인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는 적응행동을 잘하는 여성일수록 공동체에서 육아의 도움을 받기가 쉬웠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여성들은 서로 감정과 마음을 읽고 나누고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되고, 이런 욕구의 충족을 통해 정체감을 확인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감화 능력이 낮은 남성들은 이런 여성의 욕구와 마음을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마치 전편 '남자이해하기 2'에서 언급한 EBS의 심리실험에서 엄마가 피나는 손을 내밀면서 아프다고 호소를 해도 무슨 의미인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기 일에 열중하는 남아들처럼, 남편들 역시 아내들이 “제발 좀 일을 줄이고 가족에게 시간을 좀 쓰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절실한 욕구인지를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일에 집중하고 돈을 벌며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남편들에게 아내의 호소는 잔소리일 뿐이다.

“아니. 내가 왜 이렇게 미친 듯이 일을 하고 돈을 버는데? 다 가족을 위한 거잖아. 바로 당신과 내 아이들 잘 먹고 잘 입히려고 그러는 거라구.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 ”

이세창과 김지연 부부도 아마 비슷하지 않았을까?

“당신은 일하고 결혼하지 왜 나하고 결혼했나. 사업 때문에 바쁘다는 건 알지만, 여성들이 원하는 건 지금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남편들은 다음에 돈 벌면 이거 해주고 저거 해주고 다 해줄게 라고 말하지만,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우리 아이 다섯 살, 내 나이 서른 둘은 지금 아니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김지연)

“여자들은 작은 것에 행복해 한다는 걸 아는데, 하지만 어디 사회생활이라는 게 그런가. 게다가 아이가 컸으니 아이 방도 필요하고, 옷이 너무 많아서 옷방도 필요하니 아내가 이사를 가자고 한다. 그런데 이사를 가려면 돈이 필요하다. 남자가 되어서, 이사 가고 싶으면 니가 돈을 가져와라, 라고 할 수도 없고, 결국 내가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세창)

부부갈등,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남녀차이’ 때문

결국 남녀 간의 이런 갈등은 내막을 알고 보면 서로 다른 진화적 유전자와 뇌의 차이로 인한 필연적인 갈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은 남성에게 공감 받고 정서를 함께 나누고 소통하기를 원하지만, 공감능력이 낮은 남성은 이런 여성을 마음을 알아차리기도 어렵고, 알아차린다 해도 여성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만큼 잘 해내지도 못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존 그레이 박사가 남자는 화성, 여성은 금성이라는 전혀 다른 별에서 살던 외계인이라고 했겠는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한 번 낙오하면 재기하기도 쉽지 않은 우리 사회 현실에서 ‘돈을 벌어야 남자로서 역할을 다한다’는 무의식적 각인을 달고 사는 남성들은, 어떻게든 낙오되지 않고 살아남아 돈을 벌고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긴장 속에 거미줄처럼 얽힌 다양한 갑을관계의 횡포를 묵묵히 견뎌가며 살아가고 있다.

반면, 여성은 여성대로 가사노동과 육아에 치친 마음을 남편에게 위로받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가사와 육아를 분담해 주는 남편의 자상한 배려를 기대하며, 사소한 이야기라도 남편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면서 사랑받는 여성으로서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일하느라 가정에는 소홀한 남편 때문에 하루하루가 공허하고 여성으로서 점점 시들어가는 느낌에 우울해 하고 있다.

‘저녁 있는 삶’의 복지국가 만들어 남편들을 가정으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은 존재하나,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 사회적으로 남성들이 돈 벌기가 조금은 수월해져야겠다. 약육강식의 사회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남성들이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고, 승리하기 위해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하루 속히 ‘저녁 있는 삶’이 보장되는 복지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도 돈 버는 가장들의 부담이 적어져야 연애나 부부문제도 잘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는 류승범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들은 안다. 

'남자들 정말 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영화 '수상한 고객들(2011)'

다음으로는 부부 상호간에 이해심이다. 위와 같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에 대해 잘 이해한다면, 서로에 대한 오해도 적어지고 서로를 원망하고 비난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자연스레 생겨날 것이다.

세상을 이해하려는 관점으로 들여다 보면, 남자고 여자고 세상에 그리 나쁜 사람들은 없다. 나쁘다고 느껴진다면, 다만 그가 그렇게 된 이유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고자 한다면, 세상에 또 못 풀 것이 없는 것이 인간 문제다.